한국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요한 개념 중 하나가 눈치이다. 눈치란? 자신의 속마음이나 감정, 욕구, 이해관계, 생각 등을 상대반에게 직접 노출하지 않은 채 간접적 단서를 통해 상대마음을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인의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눈치'와 눈치를 보는 이유, 주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 비언어적 의사소통 '눈치'
한국인의 대인관계에서 눈치가 중요하다. 눈치가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눈치 관련 표현이 풍부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 절에 가서도 눈치가 있으면 젓국을 얻어먹는다.
- 눈치로 밥 먹고 산다. 말에 뼈가 있다.
- 눈치 없어서 탈, 눈치 많아서 탈
- 싫은 내색을 하지 마라. 눈치 잘못짚었다.
- 속 보이는 이야기하지 마라.
- 내숭 떨지 마라. 시치미 떼지 마라.
- 남의 말을 새겨들어야지. 척하면, 착 안다.
- 알면서 속는다. 사람이 눈치가 좀 있어라.
- 눈치 보기 바쁘다. 눈치로 굴러먹는다.
한국사회에서 눈치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회에서는 행동이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화되어야 한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아무리 합리적인 행동이라도 상황에 적합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대인관계가 정의 법칙으로 소통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의사소통보다는 마음의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때 마음의 소통은 눈치가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는 눈치가 발달될 수밖에 없다.
모든 영업사원들의 선망의 대상인 각 분야의 판매왕들은 보통 연봉의 30% 이상을 경조사비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부잣집일 경우에는 경조사비를 적게 하고, 집안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경조사비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집은 경조사에 참가하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형편이 어려운 집은 경조사비의 크기에 따라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해 눈치가 빠른 것은 그만큼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판매왕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주변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은 왠지 마음에 들어요"라는 이런 평가를 받는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그건 바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내 아픔을 알아서 감싸주고, 내 기쁨에 대해 알아서 추임새를 넣어준다면 얼마나 고맙게 여겨지겠는가?
그렇다면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은 언어적 의사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말을 해야 아냐"라는 말은 가까운 사이에서 눈치가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강해진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여겨질 때 서운함을 느끼며 상대가 내 마음을 읽어줄 때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한국인은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상대에게 눈치를 줌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 눈치는 조작된 메시지
모든 사람들이 눈치가 빠른 것은 아니다. 눈치가 빠르지 못한 사람들은 "눈치가 없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눈치가 빠르고 어떤 사람들은 눈치가 없을까? 눈치를 잘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성격에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눈치는 성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즉, 성격이 활동적인 사람이나 내성적인 사람이나 눈치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눈치를 보는 동기는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르다. 활동적인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타인을 배려해야 할 필요에 의해 눈치를 보며, 소심한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서 남의 눈치를 본다. 기회주의적인 사람은 이기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남을 이용할 목적으로 눈치를 보는데, 배려적인 사람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눈치에 민감하다.
눈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눈치는 일종의 간접적인 의사소통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눈치를 통한 의사소통은 눈치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인식하는 사람 모두 그 심리문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눈치언어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 그 자체보다는 눈치를 보내는 사람의 의도나 본심이 중요하다. 따라서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내는 사람의 본심을 파악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표현은 형식이라는 틀에 메여 의례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며,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가려진다.
눈치도 그때그때 다르다. "우리는 종종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과연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로 연결될까? 한국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지 않으면 종종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관계가 불편해지고, 상대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게 되며. 질책을 당하기도 한다. 금전적으로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하며, 부적절한 상황판단으로 실수를 하게 되는 등 상황대처 행동에 실패하게 된다.
결국 눈치를 봐야 하느냐, 당당하게 행동하느냐의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유행어처럼 상황에 따라 적합성의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유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즉,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주관이 강하거나, 독단적이거나,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들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눈치는 거꾸로 이용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상대의 눈치를 파악하고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는, 겉으로 드러난 액면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이다.
◆ 눈치 보는 이유, 주는 이유
최연희(1990)는 눈치를 보는 이유와 눈치를 주는 이유에 대해 연구를 실시했다.
<눈치를 보는 이유>
1.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언행에 내게 알리고 싶은 의도가 있다고 느껴질 때
2.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 서로 관계유지에 필요할 때
3.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할 때
4. 상대방이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할 때
5. 상대방보다 낮은 위치에 있거나 행동에 자신이 없을 때
6.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줌으로써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 눈치를 본다.
<눈치를 주는 이유>
1.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할 때
2.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거나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할 때
3. 상대방의 반응이 불확실할 때
4.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기 때문
5. 체면, 자존심
6. 쑥스러운 감정
7.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눈치를 준다.
8.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깨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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