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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버려야 할 체면치레, 문제를 발생시키는 체면의 법칙들

by 이태원 신사장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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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의 법칙은 자신의 도덕성과 능력을 완성시키려는 욕구와 남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사회적 성취욕구로 인해 발달한다. 따라서 체면의 발달은 인격발달과 사회성발달로 이어진다. 체면은 일종의 자기반성이며, 절제의 법칙이기도 하다. 버려야 할 체면치레에 대해 알아보겠다.

문제를 발생시키는 체면의법칙들 이미지
문제를 발생시키는 체면의 법칙들

 

◆ 문제를 발생시키는 체면의 법칙들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이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일 모든 인간들이 본능에 충실하게 되다면 사회는 아노미상태에 빠지게 된다. 타인 앞에서 체면을 차리거나,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행동은 서로 자존심을 높여준다. 그러나 체면을 지나치게 차리면 대인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체면의 법칙은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식탁을 차리거나 제사를 지낼 때 예(禮)의 형식이 있는 것처럼 체면의 법칙에도 형식이 있다.

문화형식은 형식자체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체면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체면의 의미가 왜곡되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체면은 적당히 차려야 한다. 체면이 세워졌을 때 이를 과시하면 남에게 우쭐댄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반면에 체면이 떨어지면 남에게 업신여겨지게 되고 기가 죽을 수 있다. 또한 체면을 지나치게 차리면 위선과 형식주의가 되고 체면을 지나치게 안 차리면 체통이 떨어진다.

 

▶ 우쭐 심리를 자극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체면이 법칙으로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일단 누군가가 나를 부러워하거나, 칭찬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가?" 체면의 법칙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우선 상대에게 부러움을 드러내거나 상대를 칭찬함으로써 우쭐거리게 만든다. 상대를 먼저 기분 좋게 만들면 설득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함으로써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체면의 법칙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기분을 최대한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나의 자랑거리를 열거하면서 우쭐 심리를 자극하는 사람들은 요주의 인물이다.

 

한국사회에서 우쭐 행동은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유발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즉, 상대가 우쭐 행동을 보이면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의 우쭐 행동을 유발하고,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는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성을 차리기 전에 작업을 끝내는 고수들

체면의 법칙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상대를 우쭐의 덫에 빠져들게 만들고 이성을 차리기도 전에 설득작업을 끝내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상대가 나의 존재를 높이 평가할수록 우쭐심리는 커져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쭐심리가 커질수록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며, 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에 의해 조정당한다.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제품설명보다는 내 지위나 학식, 외모를 칭찬한다면 무시하는 것이 좋다.

 

고객을 맞이하는 설득의 고수들은 적합한 칭찬거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넨다. 이들이 고객의 우쭐꺼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우쭐꺼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화 속에도 우쭐심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확보한 칭찬꺼리를 이용해 상대의 우쭐 심리를 자극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체면의 덫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칭찬에 의해 유발되는 우쭐 심리를 통제해야 한다.

 체면 법칙의 어두운 면

체면의 법칙은 때로 사회적 병리현상을 촉매제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파트광고는 아파트를 궁전처럼 묘사하고, 거기에 사는 여성들을 귀부인처럼 꾸민다. 마케터들은  '저 아파트에 살면 나도 저런 여성처럼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는 카피는 체면 법칙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 '사는 곳', '타는 차'는 대표적인 신분상징물이다. 어는 곳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가 개인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경차보다는 중 대형차가, 소형아파트보다는 중 대형아파트가 선호된다. 냉장고, TV, 세탁기도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으며, 과소비를 부추김으로써 가정경제의 건전성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무님 수준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다 하십니다", "남의 눈도 있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하셔야지요"라는 말에 생각지도 않았던 과소비가 생기는 것이다.

 

외형을 강조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체면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외형적인 모습이 우리의 도덕성과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강조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춰야 남들이 무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과소비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더욱이 돈만 있고, 그에 걸맞는 인격적 성숙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졸부로 여긴다. 주변에서 졸부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각지의 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 중에 늘어난 부를 과시하며 거들먹거리는 속칭 졸부가 있다. 졸부는 여러 사람들에게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 이들은 '돈=힘'이라는 등식을 제시하고, 힘 있는 자에 걸맞는 구색을 갖출 것을 권한다. 체면은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도리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 탁월한 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을 때 세워진다.

 

또한 체면손상은 도덕성에 미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한다. 처음 사람을 판단할 때는 외형이 중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외형적 측면보다 내면의 모습이 대인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벌지상주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학벌지상주의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벌을 중요학 생각하는 학벌지상주의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학벌지상주의의 출발은 관계주의문화라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개인의 특성은 집단이 가진 속성에 의해 귀속된다. 따라서 좋은 학벌을 갖는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로 여겨지며, 개인이 갖는 인격의 또 다른 지표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창 노무현대통령 탄핵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탄핵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의 집회장소에서 때아닌 영부인 자질론이 불거져 나왔다. 집회를 이끌던 사회자가 영부인의 학력문제를 시비 삼은 것이다. 사회자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느냐, 앞에 영부인들은 모두 다 S여대를 나왔다"며 영부인을 비난한 것이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영부인감이 되지 못한다'는 식의 발언은 '학벌=인격'이라는 암묵적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 이런 체면의 법칙은 좀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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