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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맹목적 부자유친, 부모는 의미 있는 타인이다.

by 이태원 신사장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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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애착과 지나친 기대는 자녀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자녀에 대한 적절한 지도와 조언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부자유친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사랑과 기대는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건전한 철학과 이성에 토대를 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의 표현방식에는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부자유친, 맹목적 부자유친에 대해 알아보며 부모는 자식에게 의미 있는 타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부자유친 벗어나기 이미지
부자유친 벗어나기

◆ 부자유친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7일 군복무중인 대학생의 중대장을 사칭, 가족들로 부터 금품을 받아 가로챈 원모씨(25)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원씨는 지난해 우연히 알게 된 도모군(22)이 휴학 후 군에 입대한 사실을 알고, 지난 20일 도군의 어머니(53)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도군의 중대장이라고 속인 뒤 "도일병이 총기를 분실했으니 변상금 48만 5천원을 중소기업은행 용산지점으로 보내라"고 요구, 이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 1990년 2월 28일>

'누가 이런 사기를 당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자유친의 법칙은 이성을 마비시킬만큼 강력하다. 비슷한 수법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손자나 사위라고 속이고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돈을 붙여달라고 해서 가로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역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다고 당장 돈을 송금하도록 한 후, 가로채는 사기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이 모두가 부자유친의 법칙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기극이다. 분신처럼 아끼는 자식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마치 로봇처럼 상대의 지시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부자유친의 법칙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나름의 방어전략을 구상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부자유친의 법칙에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미루는 것이 좋다.

흥분된 상태에서 상대의 요구에 이끌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먼저 사실여부를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통신수단이 발달해서 사실여부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쉬워졌다.

 

부자유친의 법칙을 이용하려는 사람일수록 시간을 재촉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부자유친은 이성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감성적인 측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성을 차리기 전에 빨리 독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부자유친의 법칙을 이용하는 갖가지 설득법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가까운 곳에서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자식들은 항상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죄스러운 마음을 갖기 쉽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부모님께 과일선물이라도 보내라는 내용의 전단지가 아파트단지에 간혹 붙는다. 전단지를 볼 때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곤 하는데, 언젠가 나도 부모님이 생각나 과일을 사서 고향에 보내드린 적이 있다. 가격을 비교제시하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과일을 구매하라는 것보다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선물하라는 전단지가 훨씬 설득력 있는 것이다.

 

◆ 안타까운 동반자살

부자유친이 우리사회의 미덕임에는 틀림없지만, 간혹 이로 인해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최근 들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동반자살이다. 서구사회에서도 동반자살이 없지는 않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서구사회에서 나타나는 동반자살을 동일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게 모여 자살을 모의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우리사회의 동반자살은 부모자식이 함께 자살을 결행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부모들이 자식을 돌볼 능력이 없거나, 외부조건에 의해 자식이 불행해질 때 자식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족동반자살은 부모자녀일체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은 부모자녀가 각기 개별적인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동일체로 인식하여 자녀를 부모의 분신으로 여긴다. 따라서 자식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요, 자식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 되며, 동반자살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부자유친의 법칙은 종종 맹목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 맹목적 부자유친

출생과 동시에 아이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새로운 일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항상 서툴러서 실수를 한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마음이 편할리 만무하다.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낯선 일을 한다는 것이 성인에게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데, 세상에 태어나 모든 일이 낯선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사랑하는 자식이 혼자서 끙끙대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심정은 또 어떠할까?

 

힘들게 뭔가를 하는 아이를 지켜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지켜보는 엄마의 입에서는 이내 "엄마가 해 줄게"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마음이 듬뿍 담긴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자식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요즘 대 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걸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우려의 마음도 없지 않다. 아무리 좋은 약도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고 한다. 즉 필요에 따라 처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묘약을 어떻게 처방하느냐에 따라 부모사랑이 아이들에게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탈무드에 "사랑하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알려 주라"는 글귀가 있다.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의 일생을 완전하게 책임져주지는 못한다.

 

아이들은 점차 성장함에 따라 많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힘으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험난한 세상에 홀로 직면하여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을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부모는 의미 있는 타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키우는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참지 못하는 부모, 부모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픈 만틈 성숙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때로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때론 성공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 된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듯, 어린 시절의 실패경험은 성공경험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즘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해볼 경험을 박탈당해, 실패의 쓰라림도 성공의 기쁨도 알지 못한채 자라나고 있다.

 

자식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길이다. 자녀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일이다. 의미있는 타인으로서 부모가 자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녀의 건강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맹목적인 애착과 지나친 기대는 자녀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자녀에 대한 적절한 지도와 조언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부자유친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사랑과 기대는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건전한 철학과 이성에 토대를 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의 표현방식에는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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